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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소멸 중인 '제주 사투리'

OK114 2024. 2. 20. 14:57

● 소멸 중인 제주 사투리

‘우리나라’ 국적의 두 사람이 사투리로 나눴던 대화입니다. 대략 의미는 알 듯한데, 글자 그대로 해석하자니 긴가민가한 대목이 있습니다.

익숙한 경상도나 전라도는 아닌 것 같고, 도대체 어느 지방 말일까요? 바로 제주도입니다.

독특한 제주도 사투리가 한반도에서 곧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유네스코는 지난 1996년부터 소멸 위기에 놓인 세계 언어들을 집계하고 있습니다. 언어 소멸의 위험 정도를 5단계로 구분하죠.

 

 

지난 2010년 유네스코는 제주도 사투리를 4단계인 ‘치명적 위험’으로 지정했습니다. 사멸 직전 단계입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국립국어원이 각 지방의 사투리 사용 비율을 조사했더니 제주도는 전국 최하위인 1.3%로 나타났습니다.

제주도민 100명 중 1명 정도만 사투리를 쓰는 셈이죠. 특히 나이가 어릴수록 사투리를 쓰는 비율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제주대학교가 중고교생 400명을 대상으로 일상생활에서 많이 사용되는 120개 사투리 어휘를 선정해 조사한 결과,

전체 학생의 90%가 아는 어휘는 단 4개뿐이었습니다. 아방(아버지), 어멍(어머니), 하르방(할아버지), 할망(할머니)이었죠.

 

● 사투리 쓰면 촌스럽다?

사투리를 쓰지 않는 추세는 비단 제주도만은 아닙니다. 부산 부경대는 5년 전, 표준어 구사능력 향상과정 반을 3기에 걸쳐 운영했습니다.

36명 정원인 반은 선착순 모집 당일 마감될 정도로 인기였습니다. 사투리를 쓰면 취업에 불이익이 따를 거란 생각에 앞다퉈 모여든 것이죠.

사투리의 강한 억양과 어투가 비전문적으로 들리거나, 다소 거칠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사투리를 다른 지역 사람들이 알아듣지 못하는 때도 있습니다.

사투리를 쓰면 촌스럽다는 사회적 편견과 소통의 불편함이 사투리 대신 표준어를 사용하게 하고 있는 겁니다.

 

 

지방에서는 자녀가 사투리 배우길 꺼리는 학부모가 갈수록 많아졌습니다. ‘자녀가 표준어만 사용하기를 바란다’라는 학부모 비율은

지난 2010년 30.3%에서 2015년 36.1%로 6%p가량 늘어났습니다.

반면 ‘지역 방언만 사용하기를 바란다’라는 비율은 3.1%에서 1.2%로 줄었습니다.

 

● 사투리를 보존해야 하는 이유

그렇다면 점점 쇠퇴하고 사라지는 사투리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언어학자들은 언어의 다양성을 살리기 위해 보존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제주도는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기 전만 해도 외딴 섬이었습니다. 그런 지리적 특성 때문에 제주도 사투리에는 본토 방언은 물론,

몽골과 중국, 일본과 관계된 말들이 적지 않고, 15세기 문헌에서나 나오는 옛말이 그대로 남아 있기도 합니다.

사투리는 그 지역만의 독특한 정서를 담고 있을 뿐만 아니라, 표준어에서 사라진 말을 보존하기도 합니다.

표준어를 보완하는데 도움이 되는 겁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올레’입니다.

‘올레’란 제주도 사투리로 집 앞까지 이어지는 작은 골목길이라는 뜻입니다.

‘올레’라는 단어 속에 담긴 고유한 언어적 감성에 많은 국민이 눈 뜨면서, 전국의 모든 산책길은 올레길로 불리게 됐습니다.

‘골목길’이라는 표준어를 대신하고 있는 겁니다.

 

 

이처럼 사투리가 지닌 잠재력이 크다 보니 요즘은 각 지자체에서 사투리 살리기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사투리를 통해 지역 홍보를 꾀하는 것이죠. 각 지자체는 매년 사투리 경연대회를 열기도 합니다.

 

광주광역시가 여는 경연대회는 상 이름도 사투리입니다. 대상은 ‘질로 존 상’, 금상은 ‘영판 오진 상’, 장려상은 ‘어찌끄나 상’이죠.

 

사투리는 우리의 언어를 풍성하게 만들어주는 고유한 문화유산입니다.

하지만, 언어의 숙명은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는 것이죠. 오늘부터라도 사투리의 가치에 대해 주목해보면 어떨까요?


출처 - https://news.sbs.co.kr/news/endPage.do?news_id=N1003824486